해양수산분야에 드리워진 '최순실의 검은손'

한진해운 몰락사태 막후 개입 의혹에 이어 수협 등에 이권개입 사실로 드러나 '충격'
편집국 | news@joseplus.com | 입력 2016-12-28 16: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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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무역대국의 첨병으로 우리나라 해운물류업의 역사이자 상징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아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세밑을 맞고 있는 해양수산업계가 최근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떠오른 '최순실 사단'이 해양수산분야에도 개입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자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28일 해양수산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주·아시아 노선 등 핵심 자산이 날아가고  보유선박이 0척이 돼 사실상 영업기반이 붕괴된 한진해운은 결국 출범 40년의 회한을 묻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됐다. 


통일신라시대때 '해상왕 장보고'를 필두로 동북아시아의 바다상권을 수천년간 장악해온 우리나라 해운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매출액 39조원을 책임졌고, 외화 266억 달러를 벌어들여 7위 수출산업의 역꾼으로서 당당히 세계 5위의 경쟁력을 자랑했었다. 


그러나 '해양입국'이라는 국가차원의 밑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해양수산에 대한 무능과 무지, 원래 부채비율이 높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금융권의 근시안적인 구조조정 작업 등이 겹쳐지면서 오히려 위기만 심화시킨채 결국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상실하는 '대참사'를 빚고 말았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범중 박사는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어렵게 되자 금융권에서 빨리 대출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해운업체들이 돈 되는 기업을 팔아서 대출금을 갚는데만 급급했다"며 "중국의 경우 국가에서 필요한 해운기업의 경우 어려울 때 오히려 선박금융 또는 운전자금을 지원해 절대 파산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도 최근‘해운업 구조조정, 왜 실효성 없었나’란 보고서를 통해 “국책은행이 해운업의 역할을 이해하는 금융 정책을 펴지 못하고 리스크에만 집중하다가 더 큰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이동현 교수도 “외국의 해운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 정부의 해운구조조정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무능한 정부가 해운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업논리'가 아닌 '금융논리'로만 접근하는 바람에 향후 '세월호 침몰'사건보다 국가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한진해운 몰락'사태가 야기됐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같은 한진해운의 석연찮은 해체배경은 지난 10월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재단에 한진그룹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내 불이익을 당했다는 소문과 함께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돈을 내는 문제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운털이 박힌 조양호 회장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 한진해운 퇴출로 이어졌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와함께 '최순실 사단'의 검은 마수가 해양수산분야 곳곳에 뻗쳐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해양수산업계 관계자들의 분노 수위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YTN 등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바다의 날' 행사를 앞두고 홍보 동영상 제작을 이유로 수협중앙회와 한국선주협회,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를 불러 소위 '최순실의 남자'로 불리우는 차은택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각각 5천만원씩을 지원토록 요청했다는 것. 


업황 부진으로 가뜩이나 회비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해양수산 단체들은 졸지에 계획에도 없던 예산을 무리해서 편성할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해양수산부의 압력(?)에 의해 모아진 1억 5000만원은 '바다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해양재단을 통해 차은택의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경쟁 입찰없이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논란을 키워었다.

더구나 이렇게 볼썽사납게 만들어져 한국해양재단 홈페이지에 ‘2030 해양수산 미래비전 홍보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져 있는 1분42초짜리 동영상은 1억5000만원이 투입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어서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동영상을 본 관련분야 종사자들은 “누가봐도 몇 백만원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홍보영상물 같은데, 경영사정이 어려운 해양수산단체들을 그야말로 쥐어짜듯이 조성한 1억 5000만원이라는 자금을 이렇게 허망하게 탕진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혀를 끌끌 차면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앞서 지난달 16일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차은택씨 등이 노량진시장현대화사업 착수단계에서부터 관여해온 것과 관련,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해양수산업계 내부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편 총 5237억원이 투입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추진과정에서  해양수산부 담당공무원들과  '최순실 사단'과의 검은 유착관계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지 여부에 해양수산인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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