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역대급 세수 펑크, 시험대 오른 세정 품격

대규모 세수 결함에 납세권도 초긴장 모드
세수벌충에 조사행정 전진배치 될까 조바심
적법과세 통한‘실체적 정의’강조해온 당국
외풍에 휘둘리면 신뢰세정 기반 치명타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3-09-23 2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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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세가 예상보다 59조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4005000억원)대비 591000억원이 적은 3414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국세청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결함이다. 세입예측을 제대로 못한 점도 있겠지만, 당초 세수계획을 짤 때 보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증하듯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세목의 세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대규모 세수결함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추가경정예산 투입 없이 외국환평형기금, 세계잉여금 등의 활용이다. 이렇듯 세수상황이 급박해지자 납세권()의 기류도 덩달아 스산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처럼, 행여 세수 기상도(氣象圖)에 따라 국세당국의 행보가 터프하게 돌변하지 않을까 지례 겁을 먹고 있다. 조사행정의 전진배치를 우려하며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납세자들, 외풍에 의해 세정이 굴절되는 사례를 적잖이 보아온 터다.

 

박근혜 정부 초기, 새 정부 국세청장은 납세권역을 향해 연일 경고사격을 해 대는 통에 기업들이 기겁을 했다. 복지재원 확보라는 눈앞의 소명에 정신 줄을 놓다가 너무 오버를 한 것이다. 역외탈세 대재산가는 물론 고소득 자영업자에 까지 기획조사를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후엔 강공세정 엄포에 경기(驚氣) 든 납세기업 진정시키느라 세정의 이 더 들었다. 당시 국세청장은 경제인들과 연이은 간담회를 갖고 기업 프렌들리 세정을 애써 강조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적지 않은 선물 보따리도 풀어 놨다.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세무조사 면제를 약속했는가 하면 중소기업 세무조사 수를 대폭 축소하고 조사기간도 단축하겠다고 마음을 달랬다. 세무조사 공포증 걸린 기업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느라 잰 걸음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한번 얼어붙은 놀란 가슴, 쉽사리 풀리지가 않는지 납세권역은 한동안 뒤숭숭했다. 정도(正道)와 정도(政道)?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갈 길을 잃은 결과다.

 

국세행정의 길을 묻다―. 지난주 책임 있는 과세, 공정한 세정을 주제로 한 ‘2023 국세행정 포럼은 적잖이 납세계층의 시선을 끌었다. 올해로 열세 번째를 맞는 이번 포럼에서는, 국세행정이 공정성과 책임성 확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한 걸음 더 발전하기 위한 정책대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그 자리에서 한 관계자는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증대될수록 세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므로 조세제도 및 국세행정을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와 합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조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며, 공정·투명한 국세행정을 구현하여 납세 순응도를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납세국민의 더 큰 신뢰를 위해 과세품질 제고에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김창기 국세청장은 기업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를 최대한 신중히 운영하는 등 과세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5, 국세청이 대외에 공표한 세무조사 개혁방안도 자못 파격적이다. 개혁방안의 핵심 키워드는 한마디로, 적법절차를 통한 절차적 정의와 적법과세를 통한 실체적 정의의 동시 구현으로 요약된다. 공정과세를 위해 세무조사의 실효성은 확보하면서도 납세자의 의무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개선을 다짐하고 있다. 납세자들 가슴 한구석엔 개혁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도 남아 있을게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세정 주체에도 품격이 있는 법이다. 이러한 약속을 어기고 국세행정이 외풍에 의해 우왕좌왕한다면 품격과 품위에 큰 손상을 입는 것은 물론, 신뢰세정에도 금이 간다. 납세자들은 세정불신에 등을 돌리고 순응하지도 않을 것이다특히나 윤석열 정부 첫 국세행정 수장인 김창기 국세청장은 틈만 나만 납세국민의 권익보호와 세무조사의 적법성을 유난히 강조 해왔다. 행여 올 세수상황이 어둡다 해서 세정이 잘못된 길을 걷는다면 그의 평소 공언이 너무나 공허해진다. 나라 곳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세정의 품격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국세행정 포럼에서 제기됐던 국세행정의 길이란, 다름 아닌 정도(正道)가 유일한 답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세행정의 품격과 품위가 목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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