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존경스런 美 국세청장들의 올곧은 소신 행보

정권發 세무조사압력 적법한 절차 중시로 맞서
대통령의 政敵 세무조사 거부한 청장해임 시도에
의회가 견제하는 선진국의 정의로운 국정시스템
우리도 선진국 반열 오르려면 정치권이 변해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2-10-10 21:12:07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우리나라가 반듯한 선진세정 반열에 오를 날은 언제쯤일까. 선진국 국세청장들의 올곧은 소신을 소개한 단편의 글을 접하면서 그곳 국정시스템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심을 동시에 느낀다. 다름 아닌, 정일세무법인 홈페이지(Tax Jokes-TakQuote)에 소개된 역대 국세청장들의 숨은 이야기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물인 알렉산더(Donald C. Alexander-1921~2009) 국세청장, 조세전문변호사인 그는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 당시, 국세청장(1973~1977)으로 임명되고 1977년 카터 대통령에 의해 교체 된다. 알렉산더 청장은 닉슨 대통령에 의해 국세청장으로 임명되었으나, “조세 시스템은 사회제도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기 위해서 설계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국세청 내부의 적법한 세무조사 절차를 매우 중시한 인물로 전해진다.

 

그는 임명권자인 닉슨 대통령이 자기의 정적(政敵)을 조사하기 위해 국세청(IRS)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는가 하면, 청장 임기 초에 당시의 닉슨 행정부와 베트남 정책을 비방하는 사람들을 추적하기 위해 전임 청장시절 만들어진 국세청(IRS) 범죄특별조사팀(IRS Special Service Staff)을 후임 청장인 자신이 폐지하면서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닉슨 대통령은 알렉산더 청장의 해임을 시도했지만, 의회(議會)견제로 해임에는 이르지 못했다.

 

1973년 상원에서 몬토야(Joseph M. Montoya) 의원 주축으로 국세청(IRS)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으며, 1975년 워싱턴 포스트는 알렉산더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여긴 국세청 조사요원의 불만을 토대로 1면에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재무부(장관 : George Shultz)의 감사 결과 알렉산더 청장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결론지었으며, 2009년 슐츠 전 재무부 장관은 그를 정직한 사람’(person of integrity) 이라고 회고했다. 알렉산더 청장 뒤를 이은 후임청장들 역시, 소신세정의 길을 걸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발() 세무조사를 국세청장이 막을 수 있나. 몇 해 전, 어느 국세청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화 된 적이 있다. 다름 아닌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천명한 그의 다짐이다. 그는 전임 청장들이 감히 꺼내지 못했던 예민한 사안을 거리낌 없이 대외에 공표했다. 그것도 국세청 산하 전체조직이 한자리에 모인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다.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세정의 정치적 중립성만큼은 철저히 지켜지도록 청장 자신부터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실천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임을 스스로 다짐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세정집행이 일선 현장까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소명의식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정진해 주기를 배석한 관리자들에게 주문도 했다. 이 대목에서는 결기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납세권()은 세정중립을 선언한 당시 국세청장의 메시지에 코 방귀 뀌듯 시큰둥했다. 그동안 뚝심 좋다는 전임 국세청장들도 일련의 정권발() ‘외풍(外風)’에는 맥을 못 춘 사례를 적잖이 봐 온 우리네 납세자들이다. 세정의 정치적 중립은 국세청장의 다짐이 아닌, 정권에서의 보장이 없는 한 기대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필자도 당시 국세청장의 메시지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 사람 중의 하나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보겠다는 대목이 꽤나 마음에 걸렸다. 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훼방 놓는 몸통은 따로 있는데, 행동대원격(?)인 애꿎은 국세청 조직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하에 사전에 준비된 매뉴얼대로 그 무언가(?)를 역 추적하는 줄 알았다. 결국은 찻잔 속 태풍으로 소멸됐지만 제 발등 찍는 것 아닌가 괜한 걱정도 했다.

 

언제였던가, ‘대통령도 세무조사 간섭을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당시 어느 여당 국회의원은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을 위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발의안의 근간은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권 남용금지조항을 구체화하여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도 세무조사권 남용금지조항이 엄연히 살아있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소신세정이 가능한 연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조세 시스템은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기 위해 설계 되어야 한다는 그곳 정치인들의 올바른 사고(思考)와 사회저변의 건전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이다. 우리네 세정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법 이전에 정치권이 먼저 변해야 한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정시스템은 규범 하나 달랑 바꾼다고 손쉽게 작동되는 게 아니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심재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