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한승희 청장, 세정현장의 소리를 들으시라

‘세무조사절차 준수’ 향상 됐다지만
납세자에 대한 고질적 ‘갑질’ 도마에
결제라인 경직성- 조직문화가 문제…
"이젠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08-20 08:00:22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한승희 국세청장의 꾸준한 집념의 결과인가. 요즘 세정현장에서는 세무조사절차와 관련한 납세자들의 불만의 소리가 뜸하다. 한 청장은 틈만 나면 세무조사절차 준수를 다짐해 왔다. 얼마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서도 이 같은 의지를 재 언급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조사파트라인의 ‘실적주의’다. 납세자들이나, 이들의 조력자인 세무대리인들도 실적주의에 따른 폐해를 심각하게 거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납세자는 물론 조사공무원들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선 단위관서 조사팀들의 업무처리가 합리적이라는 예기가 나올 정도다. 지방청 조사국의 위용과 정예요원들의 명성이 초라해 진다.


담당직원이 기업 세무조사를 마치고 빈손(?)으로 귀청을 하면, 결제라인으로부터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봐 주기 조사’라는 오해도 받는다. “조사공무원으로서 밥값(?)을 하라”는 그릇된 자긍심도 건드린다. 세무조사결과 ‘클린 기업’에 대해서는 표창을 주지는 못할망정, 긁어 부스럼 만들어 몇 푼 추징해 본들 남는 게 뭘까. 국세행정에 자체에 대한 불신만 깊게 깔릴 뿐이다. 결제라인의 경직성이 세정의 신뢰를 망가뜨린다. 조사파트 조직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이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전직 국세공무원인 어느 세무대리인은 조사 직원들의 승진 고과(考課)에 추징실적이 반영되는 인사운용이 쥐어짜기 조사를 부채질한다고 믿고 있다. 추징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려면, 부실부과에 따른 응분의 ‘페널티’도 병행되어야 하거늘, 후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은 보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설령 불이익을 준다 해도 ‘원님행차 뒤 나팔 부는 격’이라는 것. 납세자들의 과세불복청구가 끝장을 보려면, 최소 수개월에서 많게는 3~4년이 걸린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당해 공무원들은 이미 승진이 되어 전국 요직으로 흩어진 뒤다. 때문에 ‘과세적부심’과 같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부실부과로 판명이 나면, 인사상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소규모 사업자들 나름의 애로사항도 별것 아닌 듯싶지만 그들의 속내에는 짙은 상심(傷心)이 스며 있다. ‘공문 소명’으로 간편하게 끝낼 수 있는 안건을 굳이 세무조사로 연계해 납세자들에게 심적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별이 아닌, 보편적 조사기간 설정에 따른 불만도 섞여 나온다, 단시일에 끝낼 수 있는 소규모 업체나,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를 불문코 조사기간에 차등이 별무라는 얘기다. 운영의 묘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 어느 조사팀장의 ‘갑질’은 듣는 이들의 공분(公憤)을 키운다. 상식을 초월하는 서울시내 어느 관서 조사팀장 이야기다. 납세자 면전에서 입회 세무대리인의 ‘소명서’를 찢어발기며 비토를 놓는다. 세무대리인에겐 돌이킬 수 없는 인격 모독을, 당해 납세자에겐 조력 세무사를 바꾸라는 신호(?)로 들린다. 요즘 같은 염천지하라면 ‘더위 먹은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올 춘삼월의 일이다. 일각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가볍지 않게 보인다.


작금의 세정가 분위기를 보면, 본청 간부는 물론 지역 세정책임자들 공히 납세권(圈)과의 접촉을 기피한다. 행여 구설수 탈세라 몸을 사리는 것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면 될 것을, 반드시 들어야 할 납세권(圈) 목소리에 원천적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다. 그러자니 세심(稅心)의 동태 파악이 안 된다. 납세자와 따로가는 '세정의 일방통행'을 소통으로 여기는 납세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참에 또 제안을 하고 싶다. 국세동우회 임원들과의 ‘정례적 대화 라인’ 구축이다. 국세동우회는 전직 국세공무원들의 친목단체로, 회원 거의가 현업 세무사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 세무의 이론과 실제를 경험한 세정 숙련공이다. 뿐만 아니라 청·차장 등 고위직을 지낸 선배들로서 국가관과 직업윤리관이 남다른 분들이다. 지금은 세정현장 최 일선에서 납세자와 접촉하며, 지근거리에서 세심(稅心)을 체감한다. 이들을 한낱 사업자로 치부해 거리를 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한승희 청장은 납세자와의 ‘소통주간’까지 설정해 일선현장을 찾고 있지만, 정작 납세자들은 소통에 목말라 있다. 소통주간을 통해 오가는 대화는 평범한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청장에게 피와 살이 될 만한 대화는 기대 밖이다. 국세동우회와의 정례모임은 이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국세행정 책임자들이라면 그들의 세정현장 중계와 조언에 귀를 기우릴 줄 알아야 한다. 납세자 수천 명을 만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세정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이들로부터 들어야 한다. 일반 납세자라면 그 어느 누구가 당국자들 앞에서 세정현장의 진실을 전하겠는가. 납세자와의 소통주간 같은 이벤트로는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심재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