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국세청의 십시일반 인사행정

해마다 떼 지어 퇴진하는 국세청 숙련인력들…
‘한 자리’ 나눠 앉히기 인사패턴 이대로 좋은가?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6-11-11 08: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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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재 형 회장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전문성 등을 고려치 않은, ‘나눠 먹기’식 배분이라는 얘기다. 국회 전반기를 이끌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8개 상임위 가운데 1년 임기의 원내대표가 관례적으로 맡는 운영위원장 등 몇 자리를 제외한 5개 상임위원장을 놓고, 의원 임기 4년을 3등분해 각각 1년, 또는 2년씩 맞바꿔 맡기로 했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장치다. 결국 ‘자리’는 준데 반해(제19대 국회 때 10개→8개) 상임위원장을 맡을 임자가 넘치자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전문성은 뒷전인 국회상임위가 국정을 얼마나 제대로 살피고 입법을 할지 걱정이 앞선다.

 


#전문성으로 치자면 정부부처 중 국세청을 따라갈 조직이 없다. 세무행정 자체가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기술행정이기 때문이다. 일반 조장행정과는 달리 납세국민들의 심기를 건들지 말아야 하는 조심성이 요구된다. 납세자들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이웃에 비해 자기 세금이 많다고 여겨질 때 부와가 치민다. 이것이 보통사람들의 심성이다. 때문에 세무행정은 ‘공평과세’가 생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솜씨는 하루아침에 터득되는 게 아니다. 수년간 선배공무원 가방 들어주며 ‘교과서’에 없는 실무노하우를 익혀야 비로써 얻어진다. 노련함은 때론 납세자를 감동시킨다. 세정에 대한 불만감을 말끔히 씻어주고 순응심리를 이끌어낸다. 국세행정,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준다. 국세공무원들의 노련미는 이래서 중요하다.


#언제부턴가 아직은 쓸 만한 숙련인력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리지어 세정가를 떠난다. 이런 인사패턴에 모두가 면역이 됐는지 이젠 웬만한 인력변동에는 눈 하나 꿈쩍 않는 게 요즘의 세정가다. 이러한 현실 분위기는 법정정년(法定停年) 의미마저 사라지게 한다. 관리자급의 실질 수명도 알게 모르게 단축되고 있다. 명예퇴직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법정정년을 무너뜨리더니 이젠 명예퇴직제 자체가 명퇴 연한을 위협하는 조급성에 젖어 있다. 사실 국세청은 다른 부처에 비해 승진적체가 유독 심하다. 그러다 보니 ‘한 자리의 적정 임기’를 2~3개로 쪼개 인사운용을 하는 것 같다. 단기 보임으로 여러 사람을 잠깐씩 등용시키는 인사가 정형화 되고 있다. 적재적소의 개념보다는 인사권자의 십시일반(十匙一飯)적 ‘배려’가 더 작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국회 상임위 자리배분과 흡사하다.

#지역세정 책임자인 지방청장 보임도 단발에 단기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의 단명(短命)은 국세행정의 신뢰 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역의 국세행정 책임자로서 영(令)이 안 선다. 직원들 앞에서도 그렇거니와, 특히나 지역 납세권(圈)에 미치는 존재감도 기대 이하다. 지방청장들은 취임하자마자 지역 경제인 등 주요 납세계층 인사들과 공식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관례처럼 되어 있는 이른바 ‘세정 간담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신임 청장들은 나름의 세정운영 방향을 밝힌다. 지역 상공인들도 이 자리를 통해 지방청장의 세정철학을 읽는다. 이에 기대를 걸기도 하고 일면,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방청장을 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지원세정을 펼치겠다는 취임 일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퇴임을 하게 되니 그럴 만도 하다.


#국세행정의 ‘권위주의’는 진즉에 사라졌다지만, 국세행정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권위’마저 상실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기에 근간의 국세청 인사패턴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요직(要職)낭비요 인재(人材)손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풍부한 경륜이 되레 ‘걸림돌’이 되어 ‘명예(?)퇴직’ 대열에 서게 되는 작금의 현실은 이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인사행정인지 이해가 어렵다. 다가오는 연말에도 국세청 고위직을 비롯한 숙련인력들의 동시다발 퇴진이 이어질 것이다. 인재의 소중함과 조직의 안정성을 우선시 하는 그런 인사행정은 세월 속에 묻혀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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