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세무조사권 남용’ 조직원 개인의 일탈일까

조사권 반복남용 직원 조사업무 배제토록 한
권익위 권고는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보는 격’
조사요원 품행은 소속 장(長) 영향 절대적인데
지휘라인 귀책 없이 조직원만 타깃 삼나…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3-08-21 09: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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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당국의 세무조사권 남용문제가 공식 거론되고 있다. 세무조사 현장에서 행해지는 국세당국의 우월적 지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최근 국민권익위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조사권을 남용하는 조사공무원을 해당분야 근무에서 배제하자는 방안을 제시 했다. 아울러 세무조사 기간연장 결정 통지를 할 때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승인여부를 안내하고, 조사기간 연장통지에 납세자보호담당자 정보를 기재토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납세자 권익보호책을 내놨다국세청 역시 권익위 권고를 적극 수용해 납세자 사전권익구제 제도를 내년 말까지 보완할 예정이다. 이번 권익위의 권고안은 주무관청인 국세청과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하지만 권익위 권고안 가운데 조사권 반복남용 직원 조사업무 배제방안은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보는 격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조사 담당자들의 반복적 조사권 남용이 과연 이들 조직원 개개인의 일탈행위인지, 아니면 조사권 남용의 진원지가 나변에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납세자들은 어느 조사공무원이 역지사지 자세로 세무조사를 마무리해 줄 경우 일차적으로는 그 직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싹트지만 결국은 국세행정, 더 나아가서는 정부를 신뢰하게 되는 단초가 된다. 요즘은 조사업체에 나아가 요것조것 탈탈 털어 봐도 좀체 탈루흔적이 안 잡힐 경우 깨끗이 물러나 주는 신사다운 면면이 적잖다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다만 조사 팀에 따라서는 아직도 경직된 제도세정의 고정관념만 가지고 개별기업의 특수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음으로서 여전히 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납세자들은 조사공무원들의 개별기법이나 행동철학이 소속 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믿고 있다. 조사에 임하는 당해 요원들의 됨됨이를 보면 소속 장()의 면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속 책임자들의 세정운용 스타일이 알게 모르게 이들에게 반영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정가 사람들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제반 방책 마련에 앞서 조사행정의 품질개선을 최우선시 하는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들은 먼저, 지휘라인의 조정력 빈곤이 조사파트 조직원들의 터프한 매너를 유발시킨다고 믿고 있다. 여기에 추징처분의 적정여부를 놓고 적극적으로 함의를 이끌어 내야할 관리자들이 예민한 사안에는 몸을 너무 사린다는 전언이다. 나름의 논리를 피력하다가 공연한 오해(?)를 불러드릴세라, 소신(所信)아닌 보신(保身)을 택하는 케이스다. 반면에 관리자들의 경직된 세정운영의 대표적 사례를 보자. 조사요원들이 특정 기업 세무조사 결과 성실하다고 판단, 결제라인에 올린 조사복명서를 계속 퇴자 놓는 경우다. 자연 해당 기업에 마른 걸레 짜듯 무리한 프레스가 가해지기 마련이다.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동시에 싹트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사요원 일각의 터프한 매너도 관리자들의 운영 미숙에서 기인된다는 지적이 이래서 나온다. 결제라인에 있는 사람들 스스로가 기본법치를 외면하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개선책을 내 논들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조사 성과를 부추기는 일련의 손길이 잔재하는 한, 조사권 반복남용 직원을 조사업무에서 배제하라는 국민권익위의 처방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일탈 조직원에 대한 응징은 물론, 조사 성과를 부추기는 지휘라인의 암묵적인 압박은 없었는지 그 진원지부터 밝혀내야 옳은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휘라인의 책임소재가 배제된 세무조사 개선책은 바람직한 개선책이라 할 수 없다. 변화하는 세정환경에 스스로 대처하지 못하는 관리자들이 존재하는 한, 백약이 무효다윗물은 흐려도 아랫물은 맑자…”. 과거 국세행정 수장들이 세정비리에 연루되어 줄줄이 철장신세를 지던 시기, 세정가에 회자됐던 자괴적인 푸념이다. 하지만 윗물이 청정해야 아랫물이 맑은 법.조사파트 관리자들은 조사의 엄정성은 유지하되 우리가 처해 있는 납세환경과 현실적 문제들을 조화시키는 큰 안목의 조정력을 갖춰야 한다. 세무조사가 보편화되어 있는 근래와 같은 상황에서 조사행정이야말로 특단의 세정철학을 요하는 분야임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조사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세심(稅心)을 바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정도(正道)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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