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세무사 없는 국세행정 가능할까

전자신고제 성공은 세무사와의 합작품인데
이제 와서 실비보전적 비용(공제액) 삭감 등
‘세정협조자’외면하는 것은 국세당국의 오만
만약 세무사들이 ‘페이퍼신고’를 한다면…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9-18 09:08:08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요즘 세무사업계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업계 내 곳곳에서 뿔난 민심(?)이 읽혀진다. 최근의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문제와 관련, 세제당국보다는 국세청당국에 많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올 세제개편을 통해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축소키로한 세제당국보다 이를 방관(?)한 국세당국자들이 더 원망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들은 국세당국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진납부세액 극대화의 근간에는 세무대리인들의 숨은 노고가 스며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세수입은 168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조4천억원이 늘었다. 작금의 전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에도 불구, 세수가 나 홀로 호황 기조를 보이는 것 역시 세무대리인의 땀이 녹아 있음을 강변한 것이다.

 

실은 국세당국이 전산시스템을 차세대 ‘엔티스(NTIS)’ 시스템으로 바꾼 후 납세자들의 자진신고율이 치솟고 있다. 세수관리 방식을 사후적, 수동적인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성실신고를 사전에 충분히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 주인(主因)이지만 여기에는 세무대리인들의 아낌없는 협력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해선 안된다.

 

세무사계는 이것 말고도 국세당국의 납세협력비용 절감방안에 대해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국은 납세협력비용 대부분을 세무사들의 수가(酬價)로 인식하는 것 같지만, 이는 잘못된 수자(數字)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납세협력비용’가운데는 기업경리비용이 상당 부분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이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세무대리인을 위임치 않고 독자적으로 경리인력을 채용할 경우 그 비용은 당해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며. 이러한 사실은 기업 당무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복지예산 확보라는 큰 그림을 완성키 위해 세수충당 꺼리를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행 세제상 인센티브 부문을 들춰내, 웬만한 것은 국고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나, 납세협력비용 절감방안도 이 같은 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세무사들은 묻고 있다. 세제·세정당국이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나, 납세협력비용 절감방안을 내놓기에 앞서, 이 두 가지 부문에 대해 ‘비용효과 분석’을 해 봤냐는 질문이다.

 

결론적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조세제도의 정착을 위한 일시적·시혜적 지원 조치가 아니라 과세당국에서 부담해야 할 행정인력비용과 제반 비용을 세무사가 전담함으로써 발생되는 종사직원의 인건비, 교육비, 전산인프라 운용비 등 투입비용에 대한 실비보전적 업무대행비용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정을 감안, 오히려 2013년도 이후 시급인상률 및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한 세액공제 한도를 상향 조정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12년 2월, 세액공제 한도액을 증액한 이래 약 6년간 이를 동결시켜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여 국세당국마저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를 한시적· 시혜적 조치로 접근한다면, 이는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보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금 세무사업계에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를 반대하는 대대적인 탄원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는 9월말까지 전국 한국세무사회 소속 세무사와 종사 직원들이 한데 의견을 모아 관계 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세정가 원로들의 표정 역시 어두워 보인다. 국세청 출신 OB들 마저 이젠 세무대리인과 국세당국과의 관계가 ‘세정파트너’가 아닌, ‘별개의 객체’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세당국과 세무대리인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쌓이는 것은 국세행정 운영에도 결코 도움 될 것이 없다는 고언(苦言)도 쏟아내고 있다.

 

세정가 사람들의 지적처럼 국세당국은 세무대리인과의 협력관계를 시급히 복원하는 것이 원활한 세정운영 면에서도 득(得)이 아닌가 싶다. 만약 세무사들이 ‘전자신고’를 마다하고 ‘페이퍼신고’를 고집한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 우리네 납세환경에서 ‘세정협조자’들을 외면하고 ‘나 홀로 세정’을 고집하는 것은, 국세당국의 오만(傲慢)으로 비춰진다. 이래저래 지혜세정이 아쉬운 오늘이다.

 

[저작권자ⓒ 조세플러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심재형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카드뉴스CAR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