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최순실 게이트’에 稅心이 우울하다
- 최순실 연루자들, 세무조사 카드 휘두르며
각종 이권 개입했다는 의혹이 줄 잇는 현실
세정이 시류에 굴절되면 납세국민은 어쩌나…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6-12-19 09: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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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당국은 외부에 압력을 넣기 위한 세무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 세무조사 협박을 했다는 의혹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모 그룹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직접 만나 K스포츠 재단에 대한 70억~80억원 추가 지원과 대가로 세무조사 편의를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공개된 사실도 보도되고 있다. 실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 재단출연과 관련해 774억원을 출연한 대기업들만 해도 검찰 수사, 지배 구조 개편, 세무조사 등으로 정부에 약할 수밖에 없던 기업들이다. 이에 대해 임환수 국세청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국세청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임 국세청장은 이 시점에서 국세청의 신뢰도가 굉장히 중요함을 강조,”국세청 신뢰가 조금이라도 폄하되면 일선에서 2만여 직원이 당장 오늘 일하는데 지장이 크다“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세무조사 관련)내용은 국세청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곳곳 최순실의 국정농단 흔적과 함께 세무조사로까지 검은 마수가 뻗힌 정황이 드러나 입맛이 씁쓸하다. 임 국세청장이 공정세정을 천명했듯이 시류에 굴절되거나 여론에 휘둘려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 국세행정이다. 늘 정도(正道)를 걸어야 납세자들이 세정을 수용한다.
균공애민(均貢愛民)—. 이는 임환수 국세청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지 오래다. ‘균공애민’은 ‘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납세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국세행정 수장의 성품을 이만큼 대변해 주는 한자성어(漢字成語)가 또 있을까.
납세국민들의 대체적인 심성은 자신의 세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이웃에 비해 세금이 과하다고 여길 때 속이 뒤집힌다. 자고로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법’, 세금의 저울눈금을 상대적인 공평성에 맞춘다. 때문에 고른(공평한) 과세가 중요한 것이며 세무행정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국세청은 사면초가(四面楚歌)라 할 만큼 운신이 어려운 처지다. 세수확보라는 주어진 소명(召命)이 어깨를 짓누르는 터에, 최순실 게이트로 조사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애꿎은 보통 납세자만(?) 쥐어짜는게 아니냐는 막연한 반감이다.
올 들어 국세청의 세수호조로 ‘나라 곳간’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세무조사는 어디까지나 세무조사’인지라 조사행정 운영에 이런 저런 소리가 나고 있다. 억지춘향으로 조사기업을 옥죄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납세기업들도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우선은 경기부진에 기업들은 녹초가 되어 있는데 세수행정만큼은 일방통행이다. 현장 조사요원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겠지만 근인(根因)은 다른 곳에 있다.
국세청 간부진들의 세정 운영에 대한 경직성이다. 겉으로는 ‘합리적인 세수확보’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소명의식(?)이 꿈틀댄다. 그러자니 실적이 저조한 조사요원들을 닦달한다. 이는 관리자들의 조정력(調整力) 실종을 의미한다. 조사행정의 삐걱 소리는 이런 요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요즘 업계쪽 얘기를 들어보면 국세청 세무조사가 파상적으로 단행 중인 모양이다. 정기세무조사라지만 국내 유수한 기업들이 적잖게 끼어 있다. 이들은 최근의 세무조사가 은근히 ‘공격적’이라는데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다.
대표적 케이스가 지나간 세무조사 때 별 문제없이 종결됐던 특정사안이 또 다시 들춰지는 경우다. 또한 기업 세무조사에는 일련의 흐름과 감(感)이란 것이 필요한 법인데 정예조직을 자랑하는 조사국 요원들의 실무적 감각이 너무나 아쉽다는 얘기도 들린다.
들추지 말아야 할 것은 들추고, 정작 잡을 것은 놓친다면 ‘조사 요원’이라는 그 명예가 무색해 진다. 납세기업에 불만을 최소화 하면서 소리 안 나게 조사행정을 펼치려면 뭐니 해도 직무 능력이 앞서야 한다.
여기에 조사라인 관리자들의 올곧은 행정소신은 필수다. 최순실 게이트로 조사행정이 구설수에 오르는 판국에 세무조사 현장에서마저 삐걱 소리가 나서는 안 될 일이다. 보통 납세자들만 애꿎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면 세심(稅心)은 누굴 의지하나. 임환수 국세청장의 평소 세정철학이 시험대에 오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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