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패자 再起 가로막는 장벽은 여전한데…
- 사업 再起 기업인 격려하는 문재인 대통령
현실은 체납자 되면 규제 잇달아 재기 불능
출금에 신불자로…‘일자리 창출’과도 엇박자
조세전문가들 ”납세자 기본권부터 지켜줘야“ -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8-03-14 09: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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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토론회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해 보자“고 말했다. 앞으로는 규제 때문에 세계흐름에 뒤떨어진다는 말은 없어야 한다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그보다 앞서 중소상공인들을 청와대로 초청, 이런저런 애로를 청취하면서 특히 사업실패에서 재기한 기업인들에게 강소 중소기업인 D통상 제품의 신발을 선물, 다시 더 힘차게 뛰어달라는 격려의 뜻도 전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창업 재도전이 쉽지 않은 우리네 현실이 포개진다. 신발 끈을 매봤자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나 세금문제로 발목이 잡혀, 재기(再起)가 어려운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언론사 초청, 금융위원장과 중소기업청장의 좌담회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조명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는 창업 실패자의 재기지원 활성화 방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한 번 실패한 사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정책적 지원을 거듭 요망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사업실패자들의 재기(再起)는 무척이나 힘이 든다. 우선은 세금체납자에 내려지는 관계당국의 각종 조치에 발목이 묶인다. 고액체납자 명단공개를 비롯해, 출국금지 등은 이들에게 이중삼중의 족쇄를 채운다. 이 같은 조치에 다수의 조세전문가들은 납세자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을 주저치 않는다.
어느 한 납세자가 국가를 위해 고용창출과 조세를 얼마나 성실 납부했는지 불문곡직하고, 일단 체납자가 되면 하루아침에 헌신짝 취급을 당한다. ‘과거 성실납세자’들의 재기를 위한 도움은커녕 제반 규정들을 앞세워 되레 나락으로 떠민다. 재산압류, 신용불량자 통보, 고액납세자 명단공개. 출국금지 등의 무차별 중복제재가 그것이다.
특히나 체납자 체납자료의 금융권 제공은 이들로 하여금 경제시장에 재 진입할 수 없는 결정적 장벽을 만든다. 기약 없는 실업자(失業者)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 또 당국은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하여 공매, 경매를 한 후 컴퓨터에 입력된 압류내역을 대부분 스스로 삭제하지만, 행정의 안이함, 신규직원의 업무미숙 등으로 적잖은 압류내역이 삭제되지 않아 소멸시효를 위법하게 연장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납세자는 납세완납증명을 즉시 발급받지 못해 바쁜 와중에도 원인파악과 압류해소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압류로 시효중단만 해 놓고 사후관리 해야 할 공매, 회수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10년 넘은 압류재산이 쌓여가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체납 장본인들은 본의 아니게 '영원한 체납자' 신세를 못 면한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2012두 18363 출국금지처분취소)를 보자. 대법원은 ‘출국을 이용하여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거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아닌,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여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납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제도로 활용하면서 수년에 걸쳐 출국금지 등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보장원리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있다.
당장의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체납 자료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것도 대표적인 미시적 행정이다. 거시적으로는 체납자가 신불자로 전락되어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체납자료 통보로 신용불량자가 되면 비록 체납액을 납부하드라도 수년간 금융권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다. 대출에 규제가 따르는 등 사업 재기를 어렵게 한다. 불가피하게 타인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모든 납세자는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지만 공정하고 행복한 대우를 받을 행복추구권도 갖고 있다. 정부당국도 이제 재정확보와 납세자간의 공평성 관계에서 납세자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대해서도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사업 재기에 발목을 잡는 이러한 규제들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도 역행한다. 사업실패자의 재기를 막는 각종 장벽들은 하루 속히 치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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