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국세청의 ‘나 홀로 세정’ 바람직한가

당국의 세정서비스‘상품’ 萬能인양 착각
세무대리인 역할 과소평가하는 납세자들,
그래도 중요 납세의사 결정은 전문인 몫
국세청, 세무대리인 우대해서 남 주나…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17-08-13 1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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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무사업계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중견세무사들과의 조우(遭遇)에서 이러한 속내가 묻어난다. 종합소득세에 이은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등 주요 행사를 치룬 이들은, 날로 변하는 납세자들의 정서를 실감한다면서 세무사 해먹기가 점점 힘들어 간다는 말부터 꺼냈다.

 

세무사들에겐 이러한 주요납기들이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빅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옛말이 되고 있다. 만성적인 경기불황에 세무사무소 운영은 날로 어렵다. 여기에 해마다 쏟아지는 신규 세무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파이’는 쪼개질 대로 쪼개진다.

 

그 뿐인가 국세당국과의 ‘세정파트너 십’ 관계도 날로 소원해 지고 있다. 특히 세무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양자 간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세청 당국의 세정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세무사들의 운신 폭은 그만큼 줄어들다. 예년만 해도 큰일, 작은일 구분 없이 세무사무소를 찾던 납세자들은 국세청이 개발해 놓은 ‘내비게이션’(?)에 의해 아주 손쉽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려한다.

 

이런 판국에 지난달 국세청은 새로운 버전의 세정서비스 ‘신상품’을 내놨다. 이름 하여 ‘상속·증여재산 평가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다. 국세청은 상속·증여재산의 평가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 납세자가 스스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해 볼 수 있는 홈택스 서비스를 7월18일부터 개시했다.


종전에는 납세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국의 공동주택과 수도권 및 지방 5대 광역시 소재 오피스텔의 유사재산 매매사례가액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속·증여재산의 평가와 신고에 있어 납세자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간단히 재산평가심의위원회에 시가인정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재산평가와 증여세 전자신고를 연계하여 증여받은 재산을 평가한 후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세금으로 매년 많은 납세자가 관할세무서에 신고를 하고 있으나, 비사업자의 일회성 신고와 복잡한 재산평가 방법 및 세액계산 때문에 ‘세무전문가의 조력 없이’ 납세자 스스로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던 분야다. 납세자들에겐 경비절감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속이 끓는다. 세무사들에게 의지했던 납세자들의 보편적 세심(稅心)이 사안의 경중(輕重)을 불문, 변해가기 때문이다.

 

사실 국세청에서 납세자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단순 신고이행’에 적합한 정형화된 모델이 대부분이다. 납세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중대한 납세의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조세전문가들의 조언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납세자들은 국세청이 제공하는 세목별 프로그램이 만능(萬能)인양 받아드리는 것이 문제다. 이제 납세의사 결정에 있어 세무사는 절대적 존재가 아닌, 부수적 존재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세당국의 세정서비스 확대에 따라 세무사들의 ‘진가(眞價)’가 날로 퇴색되고 있다.

 

 한마디로 국세당국과 세무사회가 ‘야속한 관계’로 바뀌고 있다. 당국과 납세자간의 가교역(架橋役)이라는 상징적 의미마저 점차 희미해가고 있다. 세무사들은 납세자의 사업현황을 가장 가까이서 속속들이 관찰할 수 있는 전문직업인이다. 때문에 세정운영에 있어 세무사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세무사를 세정의 동반자로 활용함으로서 세금 문제는 세무대리인에게, 국세청은 각종 분석. 정보수집. 세무조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세무사들에게 법률상 허용되는 범위내의 세무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는 방안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더구나 세무사계에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즐비하다. 국세청 관리자들과 숙련된 전직 OB들과의 진정한 ’파트너 십‘을 조성, 바람직한 세정운영 방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채널 구축‘도 국세청으로서는 득(得)이면 득이지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래야 국세당국도 편하고 세무사들도 신명이 난다. 양자 간 협력관계가 재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세무사를 우군(友軍)으로 만들어야 세정의 지원세력이 그만큼 늘어난다. 국세청의 ’나 홀로 세정‘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세무대리인 우대해서 결코 남 주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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