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형 칼럼] 조사행정 개혁과 국세당국의 딜레마

세무조사 투명성· 공정성 외치지만 일선현장 ‘세정인프라’ 너무나 취약
이를 傳導해야 할 중추인력 드물고, 어제 같은 오늘 반복에 납세자는 식상
심재형 기자 | shim0040@naver.com | 입력 2023-12-04 1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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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국세행정 기조는 납세서비스와 세무조사의 양대 축으로 운영됨으로서 납세권()에서의 조사행정 노출도가 전라(全裸)’에 가깝다. 이젠 보통 납세자들마저 세무조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실감한지 오래다. 예전 같으면 별난 납세자들이나 받는 것쯤으로 인식 되던 세무조사인데 이젠 세정의 일상화가 되고 있다. 그러자니 납세자들도 조사행정 패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할 만큼의 식견(?)이 붙는 모양이다세무대리인들의 얘기를 빌면 외려 조사행정이 납세자들에게 속을 뵈지 않을까 근심이 들 정도다. 바야흐로 조사행정의 투명화가 보다 강요받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때문에 국세당국은 납세국민에 대한 편의세정 제공을 첫째 덕목으로 삼고 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선진세정 실현이다. 특히 세무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만큼은 꼭 이룩해 내겠다고 연일 외치고 있다. 

 

엊그제 열린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이런저런 개선책이 쏟아져 나왔다. 세무조사 규모 축소 운영은 물론,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포괄적 자료요구 금지, 종결 후 조사결과 설명회신설 등 적법공정한 세무조사를 위한 절차적 개선방안이 재차 강조됐다. 조사 적발확률 제고차원에서 국세행정의 디지털 전환에 대비, 세무서에 포렌식 조사지원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분석지원 시스템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납세자와의 소통강화를 위해 세무조사 분야 납세자 세법교실 운영과 함께 유관기관 간담회 등을 통한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뜻도 내비췄다. 아울러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세무조사 운영에 세심을 기하는 한편, 제도개선에 관한 납세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세무조사로 인한 납세자들의 부담완화를 고민하는 흔적이 예서제서 묻어난다. 국세청은 이에 만족치 않고 금년에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세계일류의 선진세정을 이루어 내겠다는 의욕에 차있다.

 

하지만 조사행정 개혁방안에 대한 납세자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가 못한 것 같다. 외려 어제 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현실에 식상(食傷)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거세다. 국세당국의 개혁의지와 일선세정 창구의 체감온도가 따로 놀고 있음이다. 세정가 사람들은 이런 현실이 조사행정 개혁의 딜레마라고 지적하고 있다앞으로의 선결과제들이 눈앞에 선하게 들어온다, 우선은 일선 현장의 세정 인프라가 너무나 취약함이 염려스럽다. 일선 현장에서 국세행정 개혁의 참뜻을 전수하고 이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중추인력들이 드물다는 점이다

 

세정가 사람들의 견해를 들어보자. 조사행정의 개혁모델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세정 파트너인 납세자들에게 국세청 수뇌부의 세정철학이 그대로 전도(傳導)되고 실현되어야 하거늘, 이런 일에 발 벗고 나서는 리더그룹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러다 보니 일선관리자들도 일이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조직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도 업무를 끌고 간다기보다는 마지못해 끌려간다. 자연 납세기업을 대하는 일선관서의 보편적 대응능력도 함량부족이다.

 

국세행정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 예민한 분야를 다루는 행정이기에 일반 조장행정과는 달리 그 솜씨가 남달라야 한다. 그래서 조세전문가들은 국세행정을 일컬어 기술(技術)행정이라 부르는 것이다. 국세행정의 개혁이나 품질개선에는 과학세정도 한몫을 한다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문 인력들이 뒤받침 되어 세정의 권위를 일궈내는 것이다.

 

평소 국세행정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 세무조사를 받고 적지 않은 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한다. 그런데 그 후, 이 사장님은 뜻밖에도 국세행정의 열렬한 이 된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처리의 잘잘못은 물론 경영전반에 걸쳐 세심한 진단까지 해 준 조사요원에게 감동을 한 것이다. 그 사장님, 많은 것을 배운 만큼 고액 수강료 내는 셈 치고 세금을 기꺼이 납부했다는 얘기다. 아주 작은 사례 같지만 노련한 조사요원 한사람이 막연한 불신감을 갖고 있던 한 납세자에게 국세행정의 신뢰감을 되살려 준 값진 케이스다. 이렇듯 납세자들은 백 마디 천 마디의 요란한 개혁 구호보다는 단 한건의 진정한 행정서비스를 더 소중히 여긴다. 거대한 개혁방안보다는 진솔함이 묻어나는 작은 배려에 납세자들은 감동을 하는 것이다국세행정의 권위와 신뢰는 결코 국세청(본청)이 아닌, 일선 세정창구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국세당국자들이 되새겨 봐야 할 하나의 본보기다진화(進化)하는 조사행정 운영에 유연하게 대처할수 있는 세정의 숙련인력들이 매우 아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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