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을 보다 잘 영위하는 법은 따로 있다

김영호 기자 | kyh3628@hanmail.net | 입력 2017-06-29 10: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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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 부천대 교양학부 교수
첫째, 시간은 쪼개는 것이다. 직업 없이 노는 사람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직장인 중 누가 매일 헬스클럽에 나갈 수 있을까. 오히려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운동할 시간도, 취미생활을 할 시간도 없다. 


반면 시간 활용을 잘 하는 사람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 초·중·생을 대상으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분이 있다. 10여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끌면서 겨우 다닐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않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엄격하지만 평소에는 명랑쾌활하다. 

 

이 분은 동네에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과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일주일에 5일 강의하고 학생들을 관리한다. 그 다리를 이끌고 일요일에는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5년째 하고 있다. 그러니 취미생활에, 봉사활동에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몸이 힘들어 할 수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취미 선택 기준은 따로 있다. 취미를 선택하는데 어떤 기준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노후의 절반을 책임져줄 놀이인 만큼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취미는 단순히 시간 보내기가 아니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 가장 먼저 제안받는 것이 ‘취미를 가져라’다. 생각해 보자. 취미는 단순히 시간 보내기가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은퇴 후 좀 더 많은 시간을 내줄 수 있는 놀이를 말한다.


취미가 취미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내적 가치를 추구하고, 혹시 내 안에 잠재해 있을지도 모르는 가벼운 창조성을 계발하는 것이 진정한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한 취미활동이 항상 입문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그냥 시간 보내기에 불과한 것이지 취미활동이라 할 수 없다.


음악 감상을 취미로 선택했으면 지휘자에 따라 어떻게 곡을 해석하는지, 오케스트라에 따라 어떻게 음색이 달라지는지 아는 수준이 되어야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감상을 취미로 가졌다면 그림이 주는 언어에 내 감정선을 기대었을 때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어야 그림 감상이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사진촬영을 취미로 했다면 하다못해 동네 전시회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취미다.



취미는 둘 이상이면 좋다
두 개 이상의 취미는 서로 상반된 것이면 더 좋다. 말하자면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내가 싫어하는 것을 조합으로 할 수 있으면 좋다. 


사진을 찍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대체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가 하나 있으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이를테면 악기를 다루는 것이 좋다. 악기는 혼자도 할 수 있지만 동호회원끼리 합주도 가능하므로 좋은 취미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취미생활로 정해보자. 몸 움직이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높은산을 등반하거나 자전거를 오래 타본 적이 없다. 동네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로 동네 몇 바퀴 도는 것이 고작이다. 

 

이 사람은 결심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해보자. 그래서 시작한 것이 탭댄스다.
그 얼마나 경망스럽고 땀 흘리는 짓인가. 아니 그 얼마나 신나고 새로운 세상인가. 일주일에 두 차례 땀에 흠뻑 젖어 무아지경에 이른 그 황홀함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의미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싫어하는 것을 취미로 할 때는 절대 혼자 하는 활동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을 골라야 오래 할 수 있다. 같이 하자고 꾸준히 관리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더할 나위없다. 싫어하는 데다 혼자 하는 것을 선택하면 선택한 날 바로 포기할 수 있다. 싫어하는 것을 취미로 선택했을 때는 바로 교육기관에 등록신청하자.


하나의 취미생활을 하는 경우보다 둘 이상의 취미생활을 할 때 더욱 생동감 있는 삶을 보낼 수 있다. 행동심리학자들은 시간의 자극에 대해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은 청각적 자극과 시각적 자극 중 어느 것이 더 길다고 느끼는지, 같은 자극의 경우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는 경우와 단속적으로 주는 경우 중 어느 것이 더 길다고 느끼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실험 결과 사람은 동일한 시간 동안 받는 자극에 대해 청각적 자극이 시각적 자극보다 10~20% 정도 더 길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속 시간이 동일한 두 사건을 관찰한 결과, 짧은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자극을 준 경
우보다 같은 자극을 지속적으로 준 경우 30% 정도 자극이 더 길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이렇다. 노년에 하나의 취미를 갖거나 하나의 일을 하는 사람보다 둘 이상의 취미를 갖거나 일을 하는 사람은 시간이 훨씬 더 빨리 가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나의 취미보다 둘의 취미를 갖는 것이 노후를 훨씬 더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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