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장, 시대착오적 '낙하산 악습' 중단해야"
- 김영호 기자 | kyh3628@hanmail.net | 입력 2017-03-01 0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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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부국장 |
지금까지는 속칭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출신)로 통칭되는 ‘낙하산 인사들’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관행처럼 독식해 왔지만 이번 만큼은 결코 그렇게 돼선 안된다는 반발 여론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 독립출범한 수협은행은 현재 이원태 행장이 맡고 있지만 오는 4월12일자로 이 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따라 수협은행은 지난달 23일 차기 은행장 후보 서류접수를 시작했으며, 내달 3일까지 행장후보를 공개 모집중이다.
그동안 수협은행은 '공적자금 지원 은행'이라는 이유로 지난 2001년 이후 16년간 정부에서 퇴직관료를 내려 보냈다. 이주형 전 수형은행장과 이원태 현 행장 모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의 경우 내부출신 은행장을 선임하는 것이 추세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3연속 내부 출신행장을 배출했다. 또한 신한은행,우리은행 등도 내부출신이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14개 국내 은행들중 내부 출신 인사가 단 한번도 은행장을 역임한 적이 없는 것은 수협이 유일하다.
이같은 오욕을 씻는 것이 수협은행 임직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올해 내부출신 은행장에 대한 여망은 그야말로 활화산을 방불케할 정도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협은행장 인선에 정부가 관료출신 인사를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금융권 및 수협은행 내부에서 강도 높은 반발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금융노조 수협중앙회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대형은행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은행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금융인이 선임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정자를 결정하고 관료출신 인사를 낙하산으로 떨어뜨리는 기존 관행을 답습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지난 28일 성명서를 통해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와 관련해 "낙하산 인사의 적폐를 답습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협은행장 선임이 진행되도록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말라"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 철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아직 후보자 서류 접수가 마감되거나 후보자 자격심사, 면접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언론에 벌써 유력 후보라며 특정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또 다시 입맛에 맞는 사람을 수협은행장으로 내정하고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 절차를 요식행위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적 친분으로 정부 인사까지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저항으로 이어진 것을 가슴 깊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또다시 관치를 휘둘러 수협은행장에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려 시도한다면 금융노조와 수협 노동자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같은 수협금융인들의 강력한 경고와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만일 오는 4월에 '낙하산 수협은행장'이 현실화될 경우 한진해운 파산과 남해안 모래채취 등으로 가뜩이나 흉흉한 해양수산업계는 마치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반발과 저항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은행장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성과를 내는 자리이기 때문에 업무파악으로 1~2년을 허비하는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배격하고 조직내 금융전문가를 최우선적으로 선임해달라는 요구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주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낙하산 은행장이 보여준 경영능력 부족 및 소통부재에 대한 불만이 높고, 사원들 사기진작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수협은행 설립목적에 부합하면서 수협중앙회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협동조합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필연적 귀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온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에 정부의 '퇴직관료 챙기기'와 '이권놀음'에 또다시 수협은행이 희생양으로 받쳐져선 안된다.
아울러 '망국병'으로 낙인찍힌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를 그토록이나 겪고도 마치 치매환자처럼 수협은행장 인선에 정부가 또다시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하려는 '시대착오적인 구태'는 이제 더이상 되풀이돼선 안될 것이다.
수협은행의 100% 지분을 가진 수협중앙회 김임권 회장이 취임 2년째를 맞아 특유의 리더쉽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강한 수협, 돈되는 수협'의 개혁 기치를 더 높이고 있는 만큼 정부는 수협은행장 인사에 관여하지 말고 유능한 금융전문가가 CEO가 임명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조하는 것만이 공적자금을 하루빨리 회수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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